이창석 선임기자(편집인)
입력 2026.10.01 16:04

가을이 깊어지면 서울의 풍경도 조금씩 달라진다. 초록이 짙었던 나무 사이로 노란색과 붉은색이 번지고, 여름 내내 짙은 그늘을 만들던 숲길에는 낮은 햇살이 스며든다. 도심 한가운데서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천천히 걷고 싶다면 남산으로 향해보는 것도 좋다. 남산은 긴 순환형 산책로부터 경사가 완만한 데크길까지 다양한 보행 코스를 갖춰 동행인과 일정에 따라 가을 나들이를 계획하기에 적합하다.
다양한 모습을 품은 ‘남산둘레길’과 노약자도 즐길 수 있는 ‘남산 하늘숲길’
남산둘레길은 남산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도록 이어진 약 7.5km의 순환형 산책로다. 전체를 걷는 데는 약 2시간 30분에서 3시간이 소요되며, 북측순환로와 역사문화길, 자연생태길, 야생화원길, 산림숲길 등으로 구성돼 있다. 포장길과 흙길, 숲길이 번갈아 이어져 구간마다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연인이나 친구와 여유롭게 걷고 싶다면 북측순환로를 중심으로 코스를 구성할 만하다. 약 3.4km에 이르는 이 구간은 폭이 넓고 비교적 평탄해 주변을 둘러보며 산책하기 좋다.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과 길 위에 내려앉은 낙엽, 서서히 물들어가는 단풍이 어우러져 가을 숲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남산의 자연과 역사를 함께 살펴보고 싶다면 역사문화길도 일정에 넣을 수 있다. 백범광장과 한양도성 유적 등을 둘러보며 서울의 옛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자연생태길에서는 숲의 생태를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고, 야생화원길에서는 남산야외식물원과 계절 식물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다만 일부 구간은 경사와 자연형 노면이 있어 전체 코스를 걸을 계획이라면 체력과 보행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
긴 산책이 부담스럽다면 남산 하늘숲길이 대안이다. 남산도서관과 후암동 체력단련장 일대를 잇는 약 1.45km의 무장애 데크길로, 계단을 줄이고 경사를 완만하게 조성했다. 편도 약 30~45분 정도면 걸을 수 있어 아이나 어르신과 함께하는 가족 나들이에도 활용하기 좋다.
데크길을 따라 걷다 보면 숲 사이로 도심 풍경이 드러나고, 노을전망대와 솔빛전망대 등에서는 잠시 걸음을 멈춰 서울의 전경을 바라볼 수 있다. 긴 거리를 이동하지 않고도 숲과 전망을 함께 경험할 수 있어 짧은 산책을 계획하는 날에 어울린다.
남산 정상부까지 둘러보고 싶다면 남산순환버스를 이용해 올라간 뒤 산책로를 따라 내려오는 방법도 있다. 01A와 01B 노선을 활용하면 오르막길에서 체력을 소모하는 부담을 줄이고 하산 과정에서 숲길을 걸을 수 있다. 현금 없는 버스로 운영되므로 교통카드를 준비하고, 출발 전 최신 노선과 운행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금강산도 식후경’ …남산 산책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줄 식당 4곳
산책을 마친 뒤에는 맛있는 음식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남산 일대에는 돈까스와 경양식부터 비빔밥과 전통 한식까지 메뉴가 다양해 하산 지점과 취향에 따라 식사 장소를 선택할 수 있다.
‘남산산채집’은 남산돈까스와 산채비빔밥을 비롯해 부추전, 도토리묵 등을 선보이는 곳이다. 한 가지 메뉴에 한정하지 않고 여러 음식을 함께 즐길 수 있어 가족이나 친구들과 식사 일정을 잡을 때 선택의 폭이 넓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만족시킬 수 있어 가을 단풍 구경 후 이어지는 가족 외식이나 단체 모임을 하기에 제격이다.
정갈하고 단아한 음식이 당긴다면 ‘목멱산방’을 들러보자. 남산의 옛 이름인 ‘목멱산’에서 이름을 가져온 ‘목멱산방’은 비빔밥을 중심으로 한식을 선보인다. 특히 남산서울타워 인근의 목멱산방 남산타워점은 정상부 관광을 함께 계획한 경우 이용하기에 적합하다. 산책과 전망대 방문을 한 일정에 담았다면 이동 경로를 고려해 본점과 타워점 가운데 적합한 곳을 선택하면 된다.
남산 케이블카 인근의 ‘촛불1978’은 1978년부터 남산에서 운영해 온 경양식 공간이다. 원조 남산돈까스와 비후까스 등을 메뉴로 구성해 어른들에게는 과거의 추억을, 아이들에게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호불호 없이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메뉴와 편안한 분위기가 일품이다.
올가을에는 남산둘레길과 하늘숲길 가운데 자신의 걸음과 일정에 맞는 길을 골라 천천히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 숲 사이로 스며드는 가을 햇살과 나무마다 조금씩 짙어지는 단풍을 바라보며,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서울의 가을을 여유롭게 만끽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